둘 다 말이 트였습니다 — 아이들 재운 밤, 음료 한 캔의 시간
연년생 두 아이가 어느새 말귀를 알아듣고 제 말을 합니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주는 게 이렇게 고마운 일인 줄 처음 알았어요. 그리고 아이들을 재운 밤, 하루 중 유일한 제 시간 이야기.
title: "둘 다 말이 트였습니다 — 아이들 재운 밤, 음료 한 캔의 시간" date: "2026-06-20" description: "연년생 두 아이가 어느새 말귀를 알아듣고 제 말을 합니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주는 게 이렇게 고마운 일인 줄 처음 알았어요. 그리고 아이들을 재운 밤, 하루 중 유일한 제 시간 이야기." tags: ["daily", "family"] category: "seasonal"
연년생을 키우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릅니다. 한 아이를 챙기다 보면 다른 아이가 부르고, 겨우 둘 다 챙겼다 싶으면 또 처음으로 돌아가 있어요. 정신없다는 말로는 좀 부족한, 그런 시기를 한참 보냈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어요. 두 아이가 이제 어느 정도 말귀도 알아듣고, 자기들도 말을 하기 시작했거든요.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주는 일
이게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저한테는 꽤 큰 변화였습니다.
예전엔 아이가 울면 그게 배가 고픈 건지, 어디가 아픈 건지, 졸린 건지를 하나하나 짐작해가며 알아내야 했어요. 한참을 끙끙대다 뒤늦게 "아, 이거였구나" 하는 일이 많았죠. 그런데 이제는 아프면 "아파", 배고프면 "배고파" 하고 자기 입으로 말을 해줍니다.
이게 이렇게 편하고, 또 이렇게 행복한 일인지 저는 처음 알았어요. 말 한마디 해주는 게 뭐라고, 그걸 들을 때마다 어찌나 신기하고 기특한지요. 둘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말하는 걸 보고 있으면 하루의 피로가 좀 가시는 기분입니다.
9시, 음료 한 캔과 함께 시작되는 시간
그렇게 아이들이랑 부대끼다 보면 어느새 밤이 됩니다. 두 아이는 보통 9시쯤 잠이 들어요. 그러면 그때부터가 저만의 시간입니다.
저는 아이들이 잠든 걸 확인하면 음료 한 캔을 챙겨서 컴퓨터 앞에 앉아요. 그렇게 한 두세 시간씩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며 작업을 합니다. 뭔가 새로 만들어보기도 하고, 만들어둔 걸 손보기도 하고요.
생각해보면 이 시간이 하루 중 유일하게 온전히 제 것인 시간인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졸려도 쉽게 자리를 못 뜹니다. 피곤한데도 이 두세 시간이 그렇게 소중하더라고요. 음료 한 캔 따는 그 순간이 하루의 작은 보상 같은 느낌이에요.
두 가지가 겹쳐 있는 요즘
낮에는 아이들 말이 트이는 걸 신기해하며 부대끼고, 밤에는 조용히 앉아 뭔가를 만드는 시간. 요즘 제 하루는 이 두 가지가 겹쳐서 흘러갑니다.
둘 다 쉽지만은 않은데, 둘 다 묘하게 닮은 데가 있어요. 아이가 조금씩 말이 늘어가는 걸 지켜보는 것도, 만들던 게 조금씩 모양을 갖춰가는 걸 보는 것도, 하루하루 천천히 자라는 걸 옆에서 보는 일이라는 점에서요.
오늘 밤도 아이들 재우고 나면, 또 음료 한 캔 챙겨서 자리에 앉을 것 같습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