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29

개발일지

코딩은 전문가만 하는 거라 믿었습니다 — 그러다 직접 만들게 된 이야기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거라 단정했던 일을, 어쩌다 직접 해보게 됐는지. 못한다는 믿음이 깨지고 나서 생긴 작은 변화에 대한 기록.

2026.06.11 · 발신 우체부J


title: "코딩은 전문가만 하는 거라 믿었습니다 — 그러다 직접 만들게 된 이야기" date: "2026-06-11" description: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거라 단정했던 일을, 어쩌다 직접 해보게 됐는지. 못한다는 믿음이 깨지고 나서 생긴 작은 변화에 대한 기록." tags: ["dev", "daily"] category: "dev"

조금 부끄러운 고백부터 하자면, 얼마 전까지 저에게 코딩은 완전히 다른 세상 일이었습니다. "저런 건 전문가들이나 하는 거지.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한다."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어요. 까만 화면에 영어로 뭔가를 빠르게 쳐 넣는 사람들을 보면, 나랑은 평생 상관없는 영역이라고 일찌감치 선을 그어 뒀습니다.

그런 제가 지금은 필요한 도구를 직접 만들어 쓰고 있습니다. 거창한 실력이 생겨서가 아니라,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오늘은 그 "어쩌다"가 무엇이었는지 적어 두려고 합니다.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계기는 의외로 단순했어요. 평소에 쓰던 어떤 유료 서비스가 있었는데, 매달 나가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제 상황에 딱 맞지 않아서 불편한 점이 꽤 많았거든요. "이거, 내 쪽에 맞게 바꿀 수만 있으면 좋겠는데" 하는 마음이 오래 쌓여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알게 된 게 하나 있었어요. 요즘은 AI의 도움을 받으면, 어느 정도 노력만 들이면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거였습니다. 그 사실 하나가 저한테는 생각보다 컸어요. "전문가만 하는 영역"이라고 못 박아 뒀던 벽에 "어? 나도 해볼 수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작은 틈이 생긴 거니까요.

그래서 진짜 간단한 것부터, 하나씩 물어 가며 시도해 봤습니다.

처음으로 끝까지 만들어 본 것

제일 처음 끝을 본 건 출퇴근 기록을 정리해 주는 작은 도구였어요. 구조도 비교적 단순하고, 무엇보다 제가 제일 아쉬워하던 부분이라 동기가 확실했습니다.

물론 한 번에 술술 되진 않았어요. 간단한 부분은 그래도 할 만했는데, 조금만 깊이 들어가도 막막한 순간이 자주 찾아왔습니다. 그래도 더듬더듬 붙잡고 있다 보니, 어느 순간 화면에서 제가 의도한 대로 결과가 딱 나오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그때의 기분은 좀 묘했습니다. "내가 못한다고 단정했던 일이, 지금 내 손에서 실제로 돌아가고 있네" 하는.

못한다는 믿음이 깨지고 나서

신기한 건, 그 한 번의 경험 뒤로 마음이 바뀌었다는 거예요.

예전 같으면 불편한 일이 생겨도 "원래 그런 거지" 하고 넘겼을 텐데, 이제는 "이것도 한번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못한다고 닫아 뒀던 문이 한 번 열리니까, 그 뒤로는 이것저것 시도해 보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하나씩 만든 게 조금씩 늘었습니다.

그리고 이게 생각보다 재미있습니다. 정말로요. 완성한 걸 곧바로 실제 상황에 적용해서 쓸 수 있다는 게, 묘하게 신이 나요. 책상 위 작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당장 내일부터 쓸모가 생긴다는 점이, 막막한 순간들을 넘게 해 주는 힘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무리

저는 지금도 스스로를 대단한 개발자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필요한 걸, 필요해서 더듬더듬 만들어 쓰는 사람일 뿐이에요. 그래도 그거면 충분하더라고요.

혹시 예전의 저처럼 "그런 건 나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미리 선을 긋고 계신 분이 있다면, 아주 작은 것 하나만 끝까지 만들어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거창할 필요 없어요. 저도 그 한 번으로 꽤 많은 게 바뀌었거든요.

— 우체부J